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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셜록/주절주절

[조각글+썰]존과 셜록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면

 존과 셜록이 더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다면. 아프가니스탄 이전부터. 그보다 더 어릴때에도 알고 지냈더라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조각글...?



 셜록이 작은 아이였을 때, 존은 셜록의 보모였다. 둘은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존의 아버지는 살아계셨다. 셜록은 존을 잘 따랐다. 하지만 존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존이 이사를 간 이후에, 셜록은 존을 잊어버렸다.
 나중에, 존이 대학에 있을 때 존과 셜록은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건 존이 먼저 알아챘다. 당연한 일이었다. 셜록은 특별했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 그건 정말이지 잊어버릴 리도 없고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리도 없다고 생각한 이름이었다.
 당연히, 존은 그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즐겁고 행복한 몇 년을 보냈다. 그 때 그렉과 몰리와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허드슨 부인도.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었다. 따뜻하게 미소짓는 어머니, 클라라와 함께 즐겁고 장난스러운 미소로 존을 바라보던 해리, 언제나 그가 원할 때면 흔쾌히 함께 맥주 한 잔을 하러 가주는 그렉과 몇 시에 전화를 하건 받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이크, 큰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무거울때면 언제나 옆을 지켜주는 몰리, 셜록과 존이 자신의 친 아들인 것처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허드슨 부인, 그리고 셜록.
 그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잊고 싶지도 않은 한 사람.
 세상이 전부 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 마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흥미로운 퍼즐을 찾아 뛰어다니는 셜록과 함께, 스릴 넘치고 즐거운 날들. 시험과 고지서와 아르바이트같은 일상적인 일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작고 어린 손이 존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하지만 존은 절대로 괜찮지 않았다. 이제는 누구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절대로 괜찮을 수가 없었다.
 해리는 좋은 누나였다. 그녀와 사이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둘은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리는 가끔 그를 구해주기도 했고, 자신도 조그마한 아이면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기도 했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가득 띄운 얼굴로 집앞에 서있기도 했었다. 그런 누나는 이제 없다. 그녀는 자신이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전혀 괜찮지 않았고, 존은 그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는 최고였다. 그녀는 혼자서도 해리와 존을 잘 키워내셨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없다.
 레스트라드는 친절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는 존이 편하게 한잔 하러 가자고 청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런 그는 없다. 그는 버려진 인형처럼, 생기를 잃고 찢어진 채 그저 기다리고 있다. 그게 무엇이던.
 마이크는 그냥 이곳에 없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고, 존은 나중에야 그가 어딘가 나라 밖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괜찮다고 해도, 그는 이곳에 없었고, 그건 괜찮지 않았다.
 몰리는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또한 착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똑똑했고, 현명했다. 그녀는 존의 문제에 대해 들어주었고 때때로 최고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그녀는 없다. 그녀는 떠났다. 상처받은 눈빛을 한 채 떠나버렸다. 런던에서는 더이상 그녀를 찾을 수 없다. 심지어 그녀는 전화번호도 바꾸었다.
 허드슨 부인은.. 그녀는 이곳에 없다. 그녀는 호흡기를 의지해서 살아남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존은 그녀를 만나러 갈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그리고....
 셜록은. 셜록은 완벽했다. 완벽했었다. 그는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없어져버렸다. 그가 스러지던 모습을 기억했다. 그것만이 남아 있었다. 여원 뺨과 생기를 잃은 눈동자, 헛소리만을 늘어놓던 쉰 목소리, 팔을 수놓은 수 많은 바늘 자국, 격렬하지만 힘빠진 고함소리, 느려진 몸과 좌절의 빛이 간간히 스쳐가는 얼굴...
 그는 이제 이곳에 없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존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존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무너진 이유를 알고 있었다. 존은 그를 위해서 사라져야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했다.

 작고 어린 손이 그를 토닥여 주었다. 그는 어깨에 닿는 그 온기가 영원하길 바라마지않았다. 그리고 한순간. 그것은 총알이 되어 그의 어깨를 뚫었고, 그는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이제 다시 런던에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그는 매일 밤 악몽을 꾸었고, 이제는 악몽이 한 가지도 아니었다. 수 십 가지 패턴 전부에 대해서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상황을 나아지게 하진 않았다. 그는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차라리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가고 싶은 밤도 있었다. 적어도 그곳에서는 할 일이 있었다.
 존은 마이크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가 셜록 홈즈를 소개해 주었을 때, 존은 자신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리셋된 것처럼. 마이크로프트를 만났을 때, 그는 용서받았음을 알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모두가(당연스럽게도 마이크로프트를 제외하고) 그를 잊었거나, 적어도 과거에 그를 알았다는 사실이나 과거에 그가 했던 모든 일을 잊었단 것을 알았을 때, 그는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셜록 홈즈가 살아있었다. 그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빛나는 눈으로, 그 모든 환상적인 것들을 하면서.
 존은 자신이 댓가를 치렀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괜찮아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완벽하게 괜찮았다. 나빠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괜찮아졌다. 돌아올 수 없게 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밤이면 작고 어린 셜록의 손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고, 그 온기가 가시고 잠에서 깨어날 때면 존은 두려움에 빠졌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을 것 같은 두려움, 눈을 뜨면 다시 그 작은 군인 아파트에 있을 것 같은 두려움, 때로는 약에 취한 셜록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음을, 그가 용서받았음을 확인하고 나면, 그는 조용히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차를 준비했다. 그리고 또 다른, 되찾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게 앱에서 쓰면 접거나 하는 게 안되는군요... 불편.. 나중에 컴퓨터에서 수정할 수 있겠죠..? 아무튼.

써야 하는 missing you는 엄두가 안 나서 던져두고, 조각글입니다.
뭔가 S1-1만 한 세번 정도 다시 보다보니까 왠진 모르지만 이런게 머릿속에...ㅋㅋㅋㅋ
존하고 셜록이 완전 어릴때부터 아는 사이란건 전에 추천드린 픽에서 꽂힌 후에 자꾸 떠오르는 그런 썰인데요, 아마 그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막 그 존의 눈빛들 있잖아요? 너무... 그것도 지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확실.

그니까 이게 어케 된 썰이냐면요,
-존이랑 셜록이 아주 어릴 때 보모와 아가로 만났었고, 꽤 친했다.
-존이 이사를 가고 셜록이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셜록은 관계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많아지고, 악감정도 많아져 존을 잊어버린다.
-나중에 존이 대학에 다니고있을 때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다.
-셜록을 알아본 존이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 결과 셜록은 마음을 열고 어느정도 어릴때 성격을 되찾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되고 몇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렉과 몰리와 허드슨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렉이 이상하다. 그는 아내에게 버림받았고, 그것이 그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몰리는 존에게 고백했고, 존은 받아줄 수 없었다. 몰리는 상처받은 채 떠난다.
-허드슨 부인은 수술을 한다. 수술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재수술을 할 때까지 그녀는 ICU에 있게 된다.
-존의 어머니는 자동차에 치여 돌아가신다. 그것은 해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알코올에 중독된다.
-모든 일은 순차적으로 벌어진다.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를 도와줄 마이크는 없다. 그는 어떤 이야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리고 존은 한 달이 지나고서야 제대로 집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셜록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알아챈다.
-존은 그로부터 2주 뒤에 셜록을 발견한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셜록이 제 발로 플랫에 돌아온다.
-그의 팔에는 무수한 바늘자국이 있고, 그의 눈은 풀려있다. 그의 신체적 징후가 마약을 가리킨다는 것을 존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가 사라졌던 것의 이유를 존은 마침내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존의 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을 데리고 간다. 존은 런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존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시간을 보낸다. 편지 한 통 받지 못한 채로, 평화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채로.
-존이 런던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왔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

-존이 놀라워하는 것은 습관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경탄하는 눈빛은 셜록이 다시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안젤로의 식당에서 흥미로워하며 묻는 존은 셜록이 사람답게 살아있다는 것에 경이로워하고 있으며, 마치 다 자란 아들을 보는 아빠의 마음과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존을 달래는 손은 누나의 손이었다가, 셜록의 손이었다가 한다. 어느 순간 이후로는 항상 셜록의 손이다.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뭐가 이렇게 길짘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업뎃 자주 못한다고 어제 그래놓고 벌써 또 온 별비는 이만 물러나렵니다... 뭔가 더 있었던 거 같으면 수정할거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