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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Fics

[해리헤르, 하모니] Missing you 5

[주의사항]


-딱히 주의사항이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만... 있다면 캐붕주의 정도?


-퍼가시는 건 링크로만 부탁드립니다! 필자의 창작물이니 무단 도용하시면 안돼요! :]


-에필로그 이후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전부 학교에 있어야만 하는 장면을 무심코 넣어버려서...하하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리는 그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한 그의 사무실로 메모 하나가 들어왔다. 공중에 떠 있는 메모를 잡자, 글씨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밤중의 오두막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두 사람은 떠나고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다.'


 해리는 직감적으로 이 메모가 헤르미온느로부터 온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해리는 시험삼아 자신의 지팡이를 메모에 대었다. 그러자 메모의 내용이 바뀌었다.


 '새벽 세 시, 우리 집에서 만나. 같이 갈 곳이 있어. 어쩌면, 어쩌면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바로 옆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불안이 조금, 그리고 슬픔이 조금 묻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가슴은 뭉쳐서 아파오기 시작했다.

 메모를 쥔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결심을 해야 했다. 헤르미온느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당연히 가야한다고, 그의 심장은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병에게 삼켜지지 않은 요만큼의 이성이 지니의 이름을 외쳐 부르고 있었다. 지니는? 지니에게 말해주어야 하잖아. 지니에게 아무 말도 없이 가는 건 안돼. 그건 아니라고.

 그리고 그는 기침을 했다. 수도 없이 많은 꽃이 쌓이고 쌓였다. 그의 앞에 생긴 또 하나의 무덤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그 꽃무덤을 그대로 둔 채 종이를 꺼내 짧은 편지를 썼다.




 "해리?"


 지니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해리를 불렀다. 이미 밤 늦은 시간이었고, 평소였다면 그는 이미 자신에게 연락을 하고도 남았을 만한 시간이었다.

 지니는 불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쪽지를 남기고 나가긴 했었다. 쪽지에는 루나의 집에 갔다오겠다는 간단한 내용이 있었고, 만약 해리가 정말 피곤했다면 그 쪽지를 읽고 먼저 잠이 들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고, 당연히 없었어야 할 것이 있었다.


 식탁 위에는 자신이 놓고 갔던 쪽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쪽지 하나도 놓여 있었다. 지니는 그 두 개의 종잇조각이 주는 메세지를 읽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해리?"


 빈 집이었다. 빈 집에 그녀의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의 왼손에 들린 작은 손가방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리?"


 차가운 방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스산한 느낌이 드는 구석방과, 아이들이 없는 아이들의 방에, 그리고, 그가 없는 그와 그녀의 침실에, 그녀의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

 지니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카페트에 자국을 남겼다. 투둑, 하는 소리가 마치 운동장에 핏방울이 떨어지던 소리 같았다. 그가 없는 집에, 그녀의 핏자국이 가득히, 가득히 채워지고 있었다. 주방에, 거실에, 침실에, 욕실에, 그리고 아이들 방과 서재와 현관과 집의 모든 공간에 그녀의 핏자국이 남겨졌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결코 가고싶지 않았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신이 놓고 갔던 쪽지는 군데군데 번진 자국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진 작은 종잇조각은, 그녀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지니, 미안해. 무책임하지만, 나 잠깐 떠나야 할 것 같아. 돌아올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줘. 그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마음이 하나 있어. 이거 하나만 기억해줘.

 내 아내가 되어줘서 고마워.'


 집 안은 더이상 조용하지 않았다. 지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나간 사람처럼 울고 또 울었다. 목놓아 우는 그녀를 달래줄 그는 이곳에 없었다. 현관에 떨어진 가방 속의 약도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울고, 또 울다가, 지쳐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가 힘겹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식탁 아래에 떨어진 하얀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그 희디 흰 꽃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꽃을 마침내 손에 쥔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니!"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니, 오, 이런. 지니, 다 괜찮을거야. 전부 괜찮을거야 지니."

 "루, 루나.. 루나, 루나..."

 "응, 괜찮아. 괜찮아."

 "너무 차가워... 너무 추워.... 해리는, 해리는 항상 저런 걸 가슴 속에 담고 다녔던 거야? 너도, 너도 그랬던거야?"

 "........"

 "루나, 이거 너무 아파... 너무 차가워... 해리는, 해리는 정말 괜찮았던 거야?"

 "....지니. 해리는 괜찮아."

 "루나..."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은 그녀의 눈앞을 가리고 있었지만, 지니는 루나의 얼굴이 웃음도, 울음도 아닌 표정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품의 따뜻함도 느낄 수있었고, 그녀의 호흡과 맥박의 규칙적인 리듬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루나의 작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따뜻한 말들을 속삭였다. 해리는 괜찮아. 지니, 네 아이들이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 있네. 언젠가 내가 딸을 낳으면 네가 그 아이의 대모가 되어줘. 지니, 정말 다 괜찮을거야. 해리한테도 생각이 있었겠지. 그가 다른 방법을 찾은 건지도 몰라. 지니, 이제 정말 괜찮아....

 그러나 그 따뜻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혀도 그녀의 가슴 속에 파고든 강렬한 추위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지니는 그것이 자신이 그 흰 꽃을 놓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희디 흰 꽃을, 그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마치 그게 해리의 마지막 조각인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것을 놓으면 그를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녀는 도저히 그 꽃을 놓을 수 없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거실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서 있었다.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나직했다. 해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자신이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것이어서, 해리는 그녀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의 손에는 그들이 호크룩스를 찾으러 다니던 시절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 조그만 구슬 백은 그때만큼이나 무거운 듯 보였다. 해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는다면서."

 "...오. 이거? 이건, 그러니까... 혹시 몰라서 준비한 것 뿐이야. 만일의 경우라는게 있잖아."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이제 확실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 것인지 몇 번이고 가방 안을 확인했다. 2층 방에도 두 번을 더 올라갔다 왔고, 주방은 세 번쯤 더 들어가 보았으며, 지하실에도 두어번 더 내려가 보았다. 그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는 그녀의 결정을 믿어보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녀 자신도 믿지 못하는 그 해결책을 시험해 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는 헤르미온느였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똑똑한 마녀였으며, 가장 유능한 마녀이기도 했다. 그는 그녀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녀 뿐이었다.


 "출발하자."


 잠긴 목소리의 해리가 말했다. 그는 더이상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왼손에 들린 지팡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팡이를 세게 쥐자, 손등의 흉터가 하얗게 드러났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해리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돌아올 땐..."

 "가자."


 헤르미온느는 드디어 해리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그에게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단호한 목소리에 막혀버린 그녀의 말처럼, 그의 결심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해리는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헤르미온느는 눈물을 훔치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곧 집 안에는 어둠과 차가운 공기만이 남아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오기 전까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지금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방법은 아마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그녀는 해리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 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간단한 일이야, 네 영혼의 일부와 내 영혼의 일부의 자리를 바꾸어 놓으면 끝나. 내가 네 영혼의 조각을 가지고 있으면, 너는 기억을 잃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감정도 잃어버리게 되는거야. 그리고 내가 나에게로 넘어온 그 영혼의 조각을 통제하게 되면 네 영혼의 일부는 나와 공존하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가져간 나의 영혼 일부는 네 안에 없는 것처럼 조용할거야. 다만 그것들이 조금 더 큰 부분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 어쩌면 우리 둘의 정신이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런 건 다 신경쓰지마. 모든게 다 잘 될거야.

 그녀는 머릿속에서 해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의 표정은 굳이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그녀의 상상 속에서와 똑같을 것이다. 그는 싫다고 할 것이고, 자신은 다시는 그런 제안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거짓말을 해? 한다고 해도, 뭐라고? 네 기억만 지울거야. 그러면 너는 나를 모르게 될 거고, 더이상 나를 사랑할 수도 없겠지.

 해리는 분명히 속아줄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이라면 어떤 말이든 믿을 것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결론을 내기도 전에, 해리가 현관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고요하고 차가운 숲에 와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해리가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간간히 복잡한 심정이 드러났다.

 그는 20년도 더 된 과거에, 이제 다시는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작업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몸에 배어 있어서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는 헤르미온느가 주저앉아버린 통나무를 둘러싸고 큰 원을 그리며 주문을 외었다. 헤르미온느는 그가 첫 번째 주문을 욀 때부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맞막 순간 보였던 고뇌와 아픔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해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주문을 외는 것을 마치자마자, 해리는 거친 기침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앞에는 또 꽃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근래에는 흰 꽃만 나온다는 것을, 해리는 어렴풋하게 알아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는 흰 꽃들이 내뿜는 진한 향기와 자신의 눈물 방울들을 감추고 싶을 뿐이었다. 이제와서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 참을 수 없게 싫었다. 그러나 곧 이성은 마비되어버리고, 다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감정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의 등을 다독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헤르미온느의 눈에 또 눈물 방울이 매달렸다. 자신은 너무나 무력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이렇게 아픈 일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해리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가만히 그의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에, 이전날의 추억을 되돌려 보는 것 같이 여전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어 슬픔을 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