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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연성

아가토가 나오는 짧은 글의 후편

-전편과 마찬가지로 뻘글이고... 그리고 전편보다 짧습니다... 아무리 해도 구마 장면은 너무 어려워서 일단 올립니다...!


 아가토가 알고 있는 구마사제는 김신부와 자신 뿐이었다. 아가토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김신부는 아가토가 없는 곳에서는 이상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고양이가 모여드는 것과 악취를 제외하면, 김신부는 평소와 똑같아 보였다. 그는 피곤해 보였지만, 그것 역시도 평소와 마찬가지인 것이어서, 누구도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가토는 혼자였다. 그리고 그는 밤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김신부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항상 방 문 앞에서 멈췄다. 자신이 문을 잠그지 않았던 첫 번째 밤에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단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나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 김신부의 몸에 들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가토는 아직 그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김신부의 몸에 들어간 사령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를 마주 보고 그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것이 김신부의 말이 아니라고 냉정하게 생각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두려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 때 그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김신부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이 그를 잠에 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생각이 많은 것은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잠이 들면 또 나타날 귀에서 피를 흘리는 김신부의 모습과, 사령의 목소리로 소리치는 김신부의 모습과, 피를 토해내는 김신부의 모습... 그는 두려웠다. 구마를 하는 것도 두려웠고, 잠에 드는 것도 두려웠고, 김신부를 마주하는 것도 두려웠다. 단 한 사람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것도 두려웠다. 그는 그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잡념이 오늘 밤의 그를 구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자 잠은 찾아오고야 말았고, 그는 꿈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김신부를 보았다. 자신은 하지말라고 말하는 김신부를 외면하면서 그의 손을 묶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하지마. 뭐하는거냐, 아가토. 아가토, 대답해라. 아가토. 김신부의 목소리는 귀를 막아도 들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김신부의 눈을 가렸다. 아무도 없었다. 둘 뿐인 방에서 그는 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김신부의 귀에서 피가 흘렀다. 그가 몸부림쳤다. 그만해라, 아가토! 그만해 이 꼰대자식아! 분명히 사령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자신은 그가 한마디 말을 할 때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가토, 제발. 그리고 자신은 기도문을 외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김신부가, 아니면 사령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침대 옆에 서서 고개를 떨군 자신을 보았다. 멍청한 녀셕.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그것이 웃었다.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베개는 흠뻑 젖어 있었다. 일어나 앉을 힘도 없었다. 그리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가토."

 "...예, 신부님."

 "온다면서."

 "그게....그게, 저... 시험, 시험 때문에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그래? 아무튼 나와라."

 결국 오늘도, 오늘도 그것은 문앞에서 김신부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는 문득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작스레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손, 손은! 그는 다급하게 손을 뻗어 묵주를 쥐었다. 손은, 손은 움직일 수 있어. 그러나 여전히 손을 움직이고 말을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안 돼, 아직 안 돼. 아직은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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