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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연성

[검은사제들][최김] For

<주의사항>

-그.. 당연하게도 비엘입니다..?

-최김입니다. 혹시 못보시는 분은 살짝쿵 뒤로가기!

-부마자 김신부님과 김신부님을 좋아하던 부제님의 이야기. 원작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대ㅏ 하나가 원작에도 나오는 거지만...스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헿

-작자의 마음에 영 안드는 부분이 많아서 추후 수정 가능성이 있습니다.(야한 걸 쓰고 싶었는데 1도 안 야하다...)

-캐붕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주의사항이 괜히 길어서 죄송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제단에서 세번째 줄, 검은 수단을 입은 남자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중얼중얼 기도문을 외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가는 남자가 있었다. 그도 검은 수단을 입고 있었다. 앉아있는 남자보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걸음걸이는 느리고 차분했다.


 "저의 주님이신 하느님, 당신 종을 굽어보시어 모든 악과 악으로부터 오는 협박으로부터 당신의 모상을 구하시며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하소서."


 기도하는 남자의 옆에 선 이가 가만히 그의 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기도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고 있었다.


 "주여. 부디 저를 악으로부터 구하소서. 주여, 부디 제가 그를 사랑하지 않게 하소서. 주여, 부디 저를 유혹으로부터 지켜주소서."


 듣고있던 남자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가만히 손을 들어 기도하는 이의 어깨로 가져갔다. 기도하는 이는 여전히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기도하는 이가 성호경을 긋고, 아멘,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 남자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


 기도를 마친 남자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보았다.


 "신부님..."

 "아가토,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러나 남자의 목소리는 그가 아는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나에게 복종해라. 나를 섬기는 사제가 되거라. 그러면 얼마든지 그를 사랑해도 돼. 쾌락을 쫓는 것이 뭐가 나쁜 거지?"

 "어...어서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나와서 설치는 것이냐!"


 아가토라고 불린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더 큰 조소가 번졌다. 남자의 손이 아가토의 어깨에서 목으로 움직였다. 그의 손이 그 흰 목을 쓰다듬자, 아가토의 몸이 흠칫 떨렸다.


 "이것 봐. 네 몸은 이미 선택을 마쳤잖아? 내게 와라. 내게 와서 나를 섬겨라. 그리하면 네가 원하는 이 몸뚱이를 너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너의 신은 인정하지 않는 너의 마음도, 누구도 막지 않을 것이다."

 "수작부리지 마라! 그런다고 내가 배교할 것 같으냐!"


 남자의 미소가 인자하게 변했다.


 "아가토, 어리석구나.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네게 온 기회를 네 손으로 버리려 하느냐? 나에게 와라. 너의 신을 버리고 나에게 오거라. 나에게 기도하고, 나에게 복종하라."


 남자의 손이 흰 목을 쓰다듬고, 사제복의 로만 칼라를 매만졌다. 아가토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에게 오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약속하마."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가토를 보았다.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오늘을 버텨내더라도 내일이 있고, 내일을 버텨내더라도 그 다음 날이 있었다. 남자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얼굴로 아가토를 불렀다. 아가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꺼풀이 떨리는 것이, 그의 어깨가 흠칫 움츠러드는 모습이, 그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에게 복종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렴, 아가토.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네가 나의 사제가 되거라. 나의 첫 번쩨 사제가 되는 거야. 나의 권능으로 보상하겠다. 나를 섬기는 사제가 되거라."


 아가토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띤 남자의 손이 아가토의 로만 칼라를 풀었다. 그리고 수단의 맨 윗 단추로 이동했다. 첫번째 단추 위에서 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듯 멈췄다.


 "대답해라, 아가토."

 "싫..."


 그의 목소리는 불분명했고, 무언가에 의해 억눌린 듯 하다가,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눈을 번쩍 떴다. 크게 벌어진 눈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크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남자의 미소를 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은 아가토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다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다. 네 신은 여기 없어."


 수단의 맨 윗 단추가 풀렸다. 아가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남자는 두 번째 단추를 풀면서 크게 웃었다.


 "아가토, 네 두 손은 뭘 하고 있는거지? 넌 날 막을 수 있어. 난 네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있단 말이다. 말하는 것 외에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네가 싫다고 하면 이건 그만두마. 손을 뻗어서 나를 잡아봐. 내 손을 잡아서 멈춰.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하지만 아가토의 두 손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단추가 풀렸다. 그리고 남자의 손이 아가토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남자의 미소는 점점 더 환하게 바뀌었다.


 "아가토, 어서 대답해라.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해."


 남자의 마지막 말은 그를 어르는 듯 하면서도 그를 조르는 것 처럼 여운을 남겼다. 아가토는 귀를 막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웃음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남자의 손이 다정하게, 부드럽게, 그렇게 아가토의 어깨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만히 그를 어루만지는 손이 따뜻했다. 아가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가토, 한 마디면 끝난다. 내게 와라."


 다정한 미소가 그를 보고 있었다. 아가토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소가 더욱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는 그의 눈 안에 자신이 아는 진짜 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아가토는 눈을 감아버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남자의 혀가 핥았다.


 "아가토."

 "....여기,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신부의 목소리를 흉내내었다. 아가토에게는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작디 작은 목소리가 남자의 귀에 들어갔다. 긍정의 대답이 들리자, 남자의 미소는 광기를 품었다. 즐거운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가토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눈물을 떨구는 아가토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한 사람 뿐이었다. 신이시여, 배교한 자를 용서하지 마시옵고 다만 순교자를 돌보아 주소서. 아가토는 마지막 기도를 했다. 최후의 기도는 소리없이 시작되어 소리없이 끝났다. 다만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제가 악령의 앞에 무릎꿇고 있었다.


 "좋다, 아가토. 좋아. 내 너에게 상을 내리겠다."


 남자의 손이 아가토의 턱을 쥐고 그의 얼굴을 들었다. 내리깐 눈을 보던 남자의 표정이 일순 달라졌다. 슬픈 눈동자와 굳은 표정이 자리잡은 상태로, 남자의 입술이 아가토의 입술에 가 닿았다. 그리고 베드로의 기도가 아가토의 귀에 들렸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상태로 그가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금지된 것에 손을 뻗은 자를, 당신에게 등돌린 자를, 악을 섬기며 선한 이를 악으로 끌어내린 자를 부디 용서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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