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뻘글입니다....
"커헉! 크헉, 헉, 후......."
불꺼진 방에 거친 기침소리가 울렸다. 곧바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달빛을 받아 파리한 빛을 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가토."
".....네, 신부님."
"나와."
김신부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지만 아가토는 나갈 수 없었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의 몸이 경고하고 있었다. 나가지 마, 나가면 안돼. 그의 손이 침대 맡에 놓인 묵주를 쥐었다.
"그거 놓고."
김신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문 밖에서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마치 그의 안에서부터 울리는 것 처럼 분명하게. 손이 떨렸다.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오라고. 짜식아 사람이 부르는데."
"신부님, 내일, 내일, 제가 가겠습니다."
"아니 지금 나와. 다 들었어."
김신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리고 분명했다. 아가토는 문 밖에 있는 것이 김신부의 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새벽 세시, 그의 방에는 어떠한 도구도 없었다. 문을 열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아니요. 제가, 제가.... 후우...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 신부님. 주무세요."
"......"
문밖의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가토는 다시 반복해서 말했다.
"제가 아침에 가겠습니다. 가서 주무십시오."
"쳇."
혀 차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눈치는 빨라서."
악령의, 악령의 목소리가 말했다. 아가토는 묵주를 쥔 손을 더 꼭 쥐었다. 신부님, 제가, 제가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꿈에 나온 김신부의 죽음이, 문밖에서 사라지지 않는 기척이, 그를 잠들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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